경기도 안양시, 반세기 역사를 품은 칠성시장. 126개 점포가 빼곡히 늘어선 좁은 골목에는 참기름 볶는 고소한 냄새와 생선 위에 얼음 녹는 소리가 뒤섞이고, 천장의 아케이드 지붕에는 수십 년 치 기름때가 형광등 빛과 함께 내려앉아 있다. 하지만 시장 뒤편에 대형 복합상가 메가스퀘어의 착공이 확정된 이후, 29개 점포가 셔터를 내렸고 남은 상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당신은 안양시 전통시장진흥과 소속 주무관. 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칠성 야시장' 프로젝트의 현장 코디네이터를 맡게 된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시장 주 골목에 LED 전구줄이 켜지고 수제 등불이 주황빛을 드리우면 — 낮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수비드 치킨과 크래프트 맥주를 파는 청년 부스 바로 옆에서, 숯불에 구운 가래떡과 달고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 아름답지만, 그 불빛 아래에는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40년 넘게 족발집 '엄씨네'를 운영해온 상인회장 엄판수는 기름에 찌든 앞치마 차림으로 시장 골목을 지키는 사람이다. '내가 이 시장에서 몇 년인데' — 이 한마디에 반세기의 무게가 실린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시장이 죽는 것은 더 두렵다. 반대편에 선 차시은은 크래프트 음료 부스를 운영하는 28세 청년 상인. 날카로운 SNS 마케팅 감각과 완벽주의적 추진력으로 청년팀을 이끌지만, 원로들의 시선에는 '건방진 애'일 뿐이다. 그 사이에서 김밥집 양복자 아주머니는 '밥은 먹고 다니는 거야?'라는 말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시장의 어머니이자, 결정적 순간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시장 밖에서는 태양건설의 구태호 이사가 정중한 미소 뒤에 압박을 숨긴 채 상인들에게 접근한다. '윈윈 아니겠습니까' — 하지만 그의 윈윈이 시장의 소멸을 뜻하는 건 아닌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