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강남 테헤란로의 빌딩 숲, 창밖은 고요하지만 어느 사무실의 회의실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끝난 뒤, 퇴근도 잊은 채 모인 직원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감돕니다. 화이트보드에는 복잡한 개발 스택 대신 '마피아 후보군'과 '생존자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 런칭을 축하하기 위해 남은 직원들이 배달 피자를 비우고 시작한 마피아 게임이, 어느덧 자존심을 건 진지한 두뇌 싸움으로 번진 것입니다.
단순한 친목 도모로 시작된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사소한 눈짓 하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조차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게임의 사회자인 '마스터'의 냉정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지며 게임이 시작됩니다.
🌑 야근 모드: 밤의 행동
회의실 조명이 낮게 깔리고 모두가 책상에 엎드리면, 정해진 역할에 따라 은밀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마피아: 평소엔 친절했던 옆자리 동료가 고개를 듭니다. 이들은 눈빛만으로 소통하며, 이번 턴에 게임에서 탈락시킬 '희생양'을 지목합니다. 내일 아침, "OO님은 퇴근하셨습니다(탈락)"라는 선고를 내리기 위해 철저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합니다.
경찰: 사내의 모든 소문을 파악하고 있는 정보통 직원입니다. 밤마다 한 명을 지목해 마스터에게 수신호로 묻습니다. "저 사람이 진짜 마피아인가요?"
의사: 동료애가 남다른 직원입니다. 마피아에게 지목당해 게임에서 빠질 것 같은 동료를 예측해 보호합니다. 자신이 살린 동료가 아침에 무사히 살아남았을 때, 그는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 브리핑 모드: 낮의 설전
아침을 알리는 마스터의 손뼉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듭니다. 누군가는 탈락하여 회의실 구석 '관전자석'으로 유배를 떠납니다. 남은 사람들은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서로의 논리에 허점을 찾기 시작합니다.
"아까 밤에 제 왼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들렸거든요? OO님 맞죠?" "저는 의사입니다. 어제 XX님 살렸어요. 제 결백을 믿어주세요!"
평소엔 논리 정연하게 보고서를 쓰던 직원들이 이제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감성적 호소와 수리적 확률을 동원합니다.
🏁 퇴근 혹은 승리: 게임의 끝
게임은 몇 번의 밤과 낮을 반복하며 이어집니다. 마피아들이 모두 정체를 들켜 '강제 퇴근' 당하거나, 시민들이 마피아의 감쪽같은 연기에 속아 수적으로 열세에 몰리면 게임은 종료됩니다.
창밖으로 동이 터오는 테헤란로를 보며, 승리한 팀은 환호성을 지르고 패배한 팀은 "한 판 더!"를 외치며 다시 카드 뭉치를 섞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중요한 건 승패보다, 이 긴장감 넘치는 밤을 함께 즐기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